Lee Hyuk

 

전시기간 : 2012 _ 09 _ 20__10_07

작가와의 만남 : 2012 _ 09 _ 21(fri) 5:00 pm

 

 

손끝으로 아담의 명암을 보다

 

점자(點字)성경을 찍었다. 점자성경은 보지 못하는 자가 손끝으로 보는 성경이다. 성경은 구원의 전도서로서 빛이 없는 곳에 빛을 던진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자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점자성경은 문자성경에 비해 성경의 본래적인 의미가 극대화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진작가 이혁은 점자성경을 매개로 하여 빛이 필요치 않은 성경에 빛을 던져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점자의 요철(凹凸)의 특성을 부각시켜 하나님의 말씀을 암호처럼 제시한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시각장애자의 손끝만이 이 암호를 해독할 수 있지만, 점자가 사진의 평면으로 기호화되는 순간 시각장애자 자신도 해독이 불가능해진다. 그리하여 점자와 사진의 만남은 애초부터 의미의 접근이 불가능한 한낱 기호들의 유희로 전락하게 된다. 신성한 오브제에서 의미가 박탈되는 현상을 이혁의 작품들은 배경으로 삼고 있다.

 

 

사진으로 찍은 점자성경보이지만 읽을 수 없는 성경이다. 작가 이혁은 이러한 기술상의 아이러니를 작품의 내용에까지 확장한다. 점자성경이 전체적인 바탕을 이루지만 각 작품 속에는 독특한 이미지 혹은 캐릭터가 함께하고 있다.작가는 복사한 이미지 혹은 캐릭터를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점자성경에 전사한 후 사진으로 찍음으로써양자를 중첩시켜 소통시킨다. 그렇다면 이들 이미지 혹은 캐릭터는 점자성경의 내용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창세기 1장부터 8장까지의 내용 가운데 작가는 특히 천지창조 -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듦 -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음 - 카인의 아벨 살해 - 노아의 방주 - 인간의 한계에 대한 하나님의 이해에 주목하는데, 이들 각각은 작가가 선택한 이미지 혹은 캐릭터와 만나면서 아이러니컬한 의미를 함축하게 된다.



창세기 1장은 창조주가 암흑의 카오스를 빛의 코스모스, 즉 질서로 전환시키는 내용이지만, 그 위에 작가는 예루살렘 지도를 얹혀놓고 잉크의 농도를 조절하여 흩뜨림으로써 포탄으로 폐허가 된 도시이미지를 연출한다. 천지창조의 질서가 혼돈으로 화한 장면이다. 2장에서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는 대목에서도 얄궂은 사랑표시와 어슴프레 귀와 이마만 드러낸 미키 마우스를 등장시킨다. 아담을 미키 마우스로 희화화하고 있다.

3장의 선악과를 따먹는 대목에서도 컴퓨터 애플사의 애플 아이콘을 변형시켜 한 귀퉁이가 물어뜯긴 사과를 선보인다.아담의 사과와 애플사의 사과가 멋쩍게 만나고 있다.

 

4장에서 아담과 이브 사이의 첫 아이인 카인이 동생 아벨을 살해하는 내용은 영화 매트릭스의 첫 장면처럼 기호가 검게 흘러내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붉게 흐르는 피를 배경으로 배트맨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5장에서 아담의 세 번째 아들 셋이 출생하는 장면에서는 푸른 배경에 다시 금빛의 미키 마우스를 등장시켜 그 역시 우스꽝스런 인물로 묘사된다. 6장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서는 콜럼버스와 그의 배가 그려진 기념주화의 앞뒷면을 실어 성경의 선한 인물을주화로 상징되는 자본의 노예에 빗댄다. 마지막으로 8장은 인간의 한계에 대한 하나님의 이해와 이에 따른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다루고 있는데, 성스러운

황금빛이 전체를 압도하면서 아래쪽에 무언가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흔적을 희미하게 드러냄으로써 불안한 미래에 대해 위안의 여지를 남긴다.

 

오늘날 성경 내용에 충실하게 살고 있는 대표적인 국민은 역시 미국인을 꼽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해서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상류층은 성경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는 데 힘썼지만 그 이면에는 우스꽝스럽고 통속적인 미국이 도사리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스트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에서 미국은 미국 자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디즈니랜드를 만들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이혁이 이번 전시에서 차용한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 애플, 매트릭스, 배트맨, 콜럼버스 주화 등은성경이라는 성스러운 말씀과 만나면서 미국사회의 감춰진 이면을 들춰낸다.‘성경을 앞세우지만 현실에서 진행되는 희화적이고 배타적이며 음흉한 상업주의적 음모에 그는 절망한다. 그래서 이혁이 바라보는 성경은 어둡고 슬프다. 고상함을 가장한 통속 앞에서 그는 고뇌한다. 그러면서도 8장에 형상화된 흔적이 암시하듯이 클레의 후기작품 <아직도 더듬거리고 있는 천사>에서처럼 시력은 잃었지만 희망의 불씨를 찾아 세계를 향해 더듬거린다.

 

결국 작가 이혁에게서 오브제로서의 성경은 그 의미가 전복된다. 그리하여 점자성경의 시각화가 지닌 아이러니는 이제 성경의 성스러운 의미가 세속적으로 둔갑하면서 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아이러니컬한 성격을 띠게 된다.

 

그런 한에서 이번 이혁의 전시는 성()이 어떻게 속()과 관련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의미상으로는 종교적 혹은 문화적 가치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계하는 한편, 기술적으로는 점자의 시각화를 통하여 문자적 의미를 담지한 오브제를 새롭게 발굴하고, 사진사적으로는 전통(古典)과 현대(pop)의 불편한 랑데부를 형상화하는 쾌거를 이룬다.

 

- 텍스트해석가, 단국대 교수 유헌식 -



 

 

LEE HYUK

1973 Born

Education

Hongik University, majored in Photography Design, MFA

 

Solo Exhibition

1996 <In Childhood Memories> Dong-Ah Gallery, Daegu

2007 <Cold City> Club Garden, Seoul

2011 <The Komerican> Topohaus Gallery, Seoul

2011 <Seeing the Contrasts of Adam with the Tips of Your

Fingers> Topohaus Gallery, Seoul

 

Awards

1999 Silver prize at the 30th National University Arts Contest

2001 A Prize for Young Photographer by Giyosato Museum

(K-mopa Japan)

2002 Special selection at National Edison Arts Contest

2004 A Prize for Young Photographer at the 11th Young

Photographers’ Contest

 

Group Exhibition

1992 Small Angle Exhibition, Kia Motors Gallery, Daegu

1996 Young Wind Exhibition, Daegu Culture and Arts Center,

1998 Young Photographers’ Exhibition, Daegu Culture and

Arts Center, Daegu

1998 Human Investigation Exhibition, Daegu Jungangro

Gallery, Daegu

1999 The 30th National University Arts Contest, KyonggiUniversity versity Soseong Gallery, Seoul

2001 Young Photographers’ Group Exhibition, Daegu Culture

and Arts Center, Daegu

2001 Young Photographer Portfolio Acquisition Commemoration

Exhibition, Giyosato Museum, Japan

2001 Asian’s Photographers, Nagoya Civic Gallery, Japan

2002 <Super Real Life>, Gallery Yokohama Port Site, Japan

2002 <Thailand’s Today> Daegu Goto Gallery, Pohang Arts

Center, Seoul Kodak Salon

2003 <The Face of Landscape> Art Plaza Gallery Invitation Exhibition, Chuncheon

2004 Young Photographers’ Exhibition <at first sight> Daegu

Dong-gu Culture and Sports Center, Daegu Goto Gallery

2004 <Body and Consciousness Exhibition> Gallery Lamer,

Seoul

2007 <Pleasure of Photos> Art Bit Gallery, Seoul

2008 <Post Photo> Topohaus Gallery, Seoul

2009 <Post Photo> Topohaus Gallery, Seoul

2010 <Porm> Ini Gallery, Seoul

2011 < Worldwide@Young Portfolio> Giyosato Museum, Japan

 

 

Collection

 

2001 Giyosato Museum, <New Beauty> 4 pieces.

 

 

 

 

 


Posted by syogallery